코스닥의 여름이 경영권 분쟁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우회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경영권분쟁으로 후유증을 앓는가 하면, 동종업계를 겨냥한 M&A 전략도 눈에 띈다. 가장 전형적인 경영권분쟁의 사례인 신·구 경영진간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우회상장 '후유증'
25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방송장비 솔루션 업체 솔빛텔레콤은 최대주주인 장외기업 미래시티닷컴의 우회상장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다.
솔빛텔레콤은 최대주주인 미래시티닷컴의 하진식 대표이사 등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증자로 조달된 자금으로 미래시티 지분을 취득키로 하는 사실상의 우회상장 계획을 지난 12일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대해 2대주주인 태양기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감자비율 등을 놓고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온 태양기계가 현 경영진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과 유상증자 관련 신주발행 무효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미래시티닷컴 측이 추진하고 있는 우회상장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미래시티닷컴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져 사실상 경영권분쟁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우회상장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브로딘미디어도 M&A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장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트라이앵글마케팅이 이달 초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우호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브로딘미디어의 지분 7.26%를 보유 중인 트라이앵글마케팅은 "브로딘미디어 현 경영진이 수차례 전환사채 발행과 부실 장외기업 인수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향후 주총을 통해 이사진을 교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구 경영진 갈등, 동종업체 M&A도 관심
유무선 콘텐츠기업인 필링크의 경우, 신·구 경영진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필링크는 지난해 10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사촌동생인 신인재 보드웰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은 업체. 그러나 현재 신인재씨 측과 이주율 현 필링크 대표 측이 이사직무집행정지 소송 등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신씨 측은 현재 이주율 대표와 박기정, 최선홍씨 등 3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다른 4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사료업체 코스프도 비슷한 이유로 경영권 분쟁 '홍역'을 앓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영길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김인천 현 대표이사 측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향후 있을지 모르는 경영권 위협에 대비, 자체 지분 확대 및 우호세력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한편, 동종업체의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강관 전문업체 미주제강이 동종업체인 성원파이프의 지분을 한 달여만에 10% 가량 매집, 적대적 M&A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미주제강은 지분매입 목적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제휴를 위한 단순투자로 밝히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M&A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다만 현재는 성원파이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4%에 달해 당장 M&A가 가능하지는 않은 수준이다.
이밖에 라이브코드가 인수한 텐트업체 KJ온라인은 새로운 사업목적 추가 등을 위한 임시주총이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향후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대적 M&A 방어책도 '급증'
이처럼 코스닥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적대적 M&A 방어수단 도입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기업들의 올해 이사수 상한선 규정, 집중투표제 배제, 초다수결의제, 황금낙하산 등 적대적 M&A 방어 수단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사 해임 등 특정 안건에 대해 통과를 까다롭게 만드는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22곳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6곳으로 급증했다. 적대적M&A로 퇴임하는 임원들에게 거액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곳도 지난해 6곳에서 올해는 43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밖에 적대적 M&A세력이 일시에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인 '이사수 상한선'을 도입한 곳이 521곳에서 557곳으로 증가했고,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곳도 지난해 737곳에서 올해 784곳으로 47곳 늘었다.
정진교 코스닥상장법인 조사연구팀장은 "이처럼 정관변경 횟수가 급증한 것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적대적 M&A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