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위축을 막고 환경 규제를 적절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민·관·정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산업계는 극심하게 의견이 대립하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를 놓고 협의체를 구성,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화평법과 화관법 도입을 두고 산업계는 작년 말까지 극심하게 반발했다. 산업계는 “화평법과 화관법이 기업들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행령을 좀더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화학물질 관련 규제가 기업에 당장 어려움을 줄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혀 양측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양측의 대립이 조금씩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 정부가 화평법과 화관법의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한 협의체를 통해서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안전관리협의체’를 구성해 크게 화평법 분과, 화관법 분과, 종합대책 분과 등으로 나눴다.
우선 화평법 분과는 하위 법령에 대한 산업계, 민간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등록면제, 영업비밀 보호 등 주요 쟁점사항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화관법 분과 역시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와 과징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체에는 기업과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회원사 단체, 환경보건 및 소비자 단체, 컨설팅 업체, 화학물질 제품 전문가, 업종별 협회 관계자, 환경ㆍ고용ㆍ노동부 부처별 산하기관 등이 폭넓게 참여했다. 협의체는 9월부터 매주 회의를 열었고, 분과별 회의는 격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완화된 화평법ㆍ화관법 하위 법령안이 마련됐다. 규제를 놓고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던 정부와 산업계가 ‘대립’ 대신 ‘합의점’을 찾는 형태로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규제는 경영과 환경ㆍ안전 문제가 상충되는 합의가 쉽지 않은 이슈”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관정을 포함한 꾸준한 대화와 의견수렴으로, 규제의 취지는 살리고 기업의 경영은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