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파업에 대해서만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금속노조 신라 정밀지회 노조 간부 6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런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6월까지 상당수 조합원이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조합원 모두가 일시에 일을 거부한 적은 없고, 사측이 이에 대비해 관리직 사원 30여명을 투입하고 신규 직원을 고용해 생산을 계속하면서 파업기간에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점을 판단 근거로 꼽았다.
이어 재판부는 "신라 정밀지회 노조의 잔업 및 특근 거부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는 조합원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데도 신라 정밀지회노조는 찬반투표 없이 노조원들이 집단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했다"며 "노조법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금속노조 신라 정밀지회 노조 간부 6명은 2008년 3월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이 노사합의를 거부하자 그해 4월부터 6월까지 노조원 48명에게 집단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해 사측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 노조 지회장 최모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간부 5명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