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3월 1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직에 선임된 직후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권 회장은 기술전문가 출신답게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인 철강본원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는 의미의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목표로 삼았다.
그가 오는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권 회장은 그동안 고객사와 협력사, 사업장 등을 방문하며 소통을 바탕으로 한 철강본원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직원들과 직접 인사하며 소통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 근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태국 타이녹스, 미얀마 포스코 등을 방문하며 현장경영을 해외로 넓혔다. 권 회장이 현장에서 주문한 것 역시 철강본연의 경쟁력 강화였다.
권 회장은 조직슬림화 조직 재편 등으로 포스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가 회장직에 선임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조직 다이어트’였다. 기획재무·기술·성장투자·탄소강사업·스테인리스사업·경영지원으로 구성된 기존 6개 부문 조직을 철강사업·철강생산·재무투자·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했다. 여기에 경영임원도 50% 이상 줄이며 위기 극복을 위한 기초 체력을 마련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신용등급 하락과 현대제철의 급성장, 철강경기 둔화 등 현재 처해있는 경영현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AA’에서 ‘AA+’로 강등당하는 악재도 일어났다.
한기평이 국제 신평사에 이어 뒤늦게 포스코의 신용등급 조정에 나선 것은 포스코의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금 급증과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3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말 12조원 수준이던 연결기준 차입금은 올 3월 기준 28조원으로 급증했다.
장기화된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와 공급과잉 등 시장여건도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 현대제철과 중국 기업 등 국내외 후발 업체의 물량 공세도 포스코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동부패키지 인수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재무적으로 따져볼 때 권 회장의 경영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제시한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재무구조 개선은 다만 속도에 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