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일러업계의 ‘맞수’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목재펠릿보일러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즉시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힌 경동나비엔과 달리 귀뚜라미는 끝까지 사업 영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여서, 관련 중소업체들과의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한국산업로공업협동조합 등은 최근 목재펠릿보일러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4차 조정협의체를 진행했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적합업종 지정을 추진하고자 하는 중소 제조업체들과 사업 철수를 거부하고 있는 귀뚜라미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후문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과 달리, 목재펠릿보일러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내부적으로 계속 끌고 가자는 경영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뚜라미도 동반성장이란 큰 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경동나비엔과 같이 사업 철수가 아닌, 확장 자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재펠릿보일러는 목재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조된 잔재를 원료로 한 보일러다. 2000년대 후반 산림청이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관련 시장도 200억원 규모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보조금 정책과 맞물려 2009년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목재펠릿보일러 시장에 진출하면서 많은 영세업체들이 퇴출당해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적합업종 지정에 대응하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행보다. 경동나비엔은 상생을 위해 목재펠릿보일러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동반위 측에 공문을 전달하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4차 조정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끝까지 사업 철수 불가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어 경동나비엔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비난의 화살이 모두 귀뚜라미를 향한 이유다.
중소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 1, 2위 보일러기업을 다투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기업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연 매출 6000억원의 귀뚜라미가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 영세한 목재펠릿보일러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동반위는 현재 사업 확장 자제 방안을 수렴 중이며, 다음달께 5차 조정협의체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