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 지원은 기대만큼 수월치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많은 국제경기대회를 치르면서 국민들의 스포츠 수준이 높아져 아시안게임 정도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더욱이 5000억원 정도의 재정이 소요되는 주경기장의 경우 건설 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우리의 내부적 사정 변경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4년 전 중국의 광저우시에서 직전 아시안게임이 열려 인천 준비단은 현장에 가서 대회기를 인수해 왔다. 그때 개ㆍ폐막식이 열린 새로 건설한 주경기장의 엄청난 규모와 주변에 펼쳐진 휘황찬란한 관광 인프라에 입이 쩍 벌어졌지만, 우리는 이것을 따라 할 수는 없을 터이니 우리 수준에 맞는, 그러나 우리 문화의 특색을 살린 대회 개최를 다짐했다. 그리하여 인천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대회 준비를 해 왔다. 주경기장을 새로 건립하고, 수영장, 양궁경기장 등 보조경기장을 16곳이나 새로 만들었다.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한 개·폐막식은 임권택 감독이 총괄감독을 맡았고, 싸이, 엑소 등 한류스타들의 출연도 예정돼 있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이번 대회에서 몇 가지 바람이 없을 수 없다.
첫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다. 우리 경제는 수년째 극심한 침체 속에서 수많은 자영업자나 중소 상공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와 임원만 2만3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이를 따라오는 아시아 각국의 관광객들이 우리의 경제에 자극제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나 대만에서 오는 요우커 등 씀씀이가 큰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해 관광 특수가 일어나도록 준비해야 한다.
둘째, 안전한 대회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꽃다운 청소년 300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상황을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깊은 자괴감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산업화, 민주화의 동시 성취 등 선진국에 다다랐다는 국가적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채기에 우리를 계속 가둬 둘 수만은 없다. 우리는 분명히 저력이 있으며, 다시 일어나야 한다. 아무런 사고가 없는 대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친절이 감동을 주는 대회, 한국의 발전한 IT 기술과 한류문화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낸다면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참가로 인한 남북관계의 교류 확대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교착으로 남북관계가 풀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대규모 선수단 파견을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나 신호가 일관성이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 사이의 교류는 확대될수록 좋다. 인천은 지리적으로도 북한과 육지와 바다로 접해 있어 통일을 위한 교두보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북한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인천시 측에서 구상 중인 백두산 성화 채화, 남북 공동 입장 및 공동 응원, 가능한 일부 종목에서의 단일 팀 구성 등이 잘 실현돼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북화해와 협력을 촉진하는 평화 축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