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를 이용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한 두차례 정도 사용대금을 연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결제일을 잊어버리거나, 일시적으로 자금이 마르거나, 결제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서 등 갖가지 이유로 본의 아닌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 입장에서 볼 때 연체자라 하더라도 모두 똑같은 것만은 아니다. 연체 금액에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상습적으로 연체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처음 연체를 한 사람도 있다. 또 각 카드사들은 회원을 보통 6단계 정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연체자 중에는 VIP층에 속하는 고객도 있고, 우량고객이 아닌 사람도 있다.
이처럼 연체를 하게 돼 일정기간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당 카드사로부터 연체 발생 안내 전화를 받고는 한다. 어떤 때는 짧은 기간에 전화를 받기도 하고 어떤 때는 10여일 이상 지난 후에 전화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카드사 콜센터로부터 연체 통보 전화를 받게 되면 솔직히 불쾌한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연체 안내를 알리는 전화를 하더라도 가능한 친절하게 하도록 철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연체자도 고객이고, 또 연체를 해결하면 계속 사용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카드 회원을 불쾌하기 만드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카드사들은 과연 누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연체 사실을 알리게 될까.
각 카드사들은 공통적으로 연체 안내를 알리는 순서에 대한 특별한 지침은 없다고 말한다. 연체자가 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담당 콜센터 직원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즉 회원 입장에서는 ‘복불복(福不福)’인 셈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체 안내를 포함한 텔러들의 전화는 TM의 한 방법”이라며 “전화가 우량회원에게 더 많이 가겠지만 비우량회원도 꾸준히 웨이크업 콜을 하기 때문에 선후를 따질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별한 순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체 안내 시가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개인별로, 보유 카드별로 결제일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암묵적인 지침과 콜센터 텔러들의 경험에 따른 연체 통보 방식이 있다는 것이 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연체정보는 특별한 구분 없이 텔러들에게 배정되고, 텔러들이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 연락을 하게 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연체 금액이 많은 회원, 상습적으로 연체를 하는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체금액이 큰 회원은 적은 사람보다 회사에서 느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먼저 각성을 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액 연체자는 대부분 의도적이 아닌 일시적인 망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연락이 되면 바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좀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반면 우량 회원은 상대적으로 연락을 늦게 한다는 것이 암묵적인 지침처럼 돼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우량회원과 비우량회원에 대한 특별한 구분을 짓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머지 LG, 현대, 신한카드는 우량회원의 연체에 대한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LG카드의 경우는 대부분 고객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두지 않지만, 우량보다 높은 VIP급 회원에 대해서는 제일 나중에 연락을 한다.
현대카드도 비우량 회원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우량회원에 대해서는 연체 금액, 기간 등을 고려해 연락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체 회원에 대해 ‘연체 유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체를 하더라도 카드를 중지하지 않고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량 회원에게 연체 통보를 가장 늦게 함에 따라 본의 아니게 우량 회원의 신용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도 있다. 크레딧 뷰로(CB)가 정착화되면서 카드 대금 등의 연체는 바로 개인 신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량 회원의 경우는 대부분 자금적인 문제가 아닌 결제일 착각 등 실수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 통보가 늦어져 연체 기일이 늘어나면서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처럼 카드사 텔러들이 최우량 회원이 아닌 나머지 회원들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연락을 할 수 있는 것은 카드사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 카드대란 이후 불량 회원에 대한 정리를 하고,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반적인 연체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업계 연체율은 카드대란 당시 15%대 선에서 현재는 8%대로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연체 회원도 줄고, 건수도 줄어들었으며, 연체 금액도 적고, 연체 기간도 짧아졌다”며 “이 때문에 연체자에 대해 우선순위 없이 빠른 연락과 관리가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