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집단에서 비상장사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10대 그룹만 살펴보면 전체 계열사 10곳 중 9곳은 비상장사다. 자산규모로 보면 비상장 계열사 회계장부에 잡혀 있는 자산은 그룹 전체 자산의 26% 수준이다. 10억원 중 7억원 이상이 상장사의 회계장부에 잡혀 있는 셈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638개, 2012년 말 603개, 2013년 말 597개 등으로 3년 새 7%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비상장사들이 정리됐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비상장사 수는 2011년 말 545개에서 이듬해 511개로 급격히 줄어든 이후 지난해에도 504개 등으로 감소했다.
이는 성장속도가 둔화되거나 적자가 지속되는 비상장사에 대한 정리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일감 몰아주기 등 비상장사에 대한 정부의 감시망이 강화되면서 대기업 비상장사 수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비상장사들의 자산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다. 국내 10대 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총자산은 2011년 말 264조8200억원에서 이듬해 274조9500억원, 2013년 말 283조9200억원 등이다. 10대 그룹 계열사 전체 총자산이 2011년 990조6000억원, 2012년 1069조9800억원, 2013년 1128조1400억원 등 매년 수십조원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작은 수치 변화지만 성장률로 보면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집단이 비상장사의 사업구조를 알짜 회사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그룹별로 비상장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엇갈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비상장사 자산이 그룹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25%에서 지난해 19%로 6%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비상장사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의 기업공개가 예정되면서 이 수치는 향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SK그룹과 GS그룹의 경우 비상장사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1년 말 기준 SK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총자산은 47조5100억원으로 그룹 전체 자산 136조5000억원의 3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비상장 계열사의 자산이 53조3500억원 규모로 전체 145조1700억원의 37%를 차지했다. GS그룹도 비상장 계열사가 보유한 총자산 규모는 2013년 말 기준 36조1100억원으로 그룹 전체 58조800억원의 63%를 차지해 지난 2011년 60%와 비교해 3%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상장사의 실적과 재무가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들과 연결되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도 챙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