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미국 법원의 판결을 피해 우회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지 계좌에서 외채 이자 및 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전국으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는 뱅크오브뉴욕멜론의 법정관리인(trustee) 자격을 박탈하고 중앙은행에 해외 채권단을 위한 계좌를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무 스왑 방식으로 빚을 갚을 것이며 채권단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관할권이 바뀌는 것을 거부하는 채권단을 위해서도 계속 자금을 계좌에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디폴트를 맞은 이후 ‘헤어컷(손실상각)’ 방식으로 빚을 갚기로 주요 채권단과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헤지펀드업체들이 부도 채권을 인수하고 나서 전액 상환을 요구하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
헤지펀드들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의 토머스 그리사 판사는 지난 6월 “헤지펀드들에 돈을 다 갚기 전까지는 다른 채권단에 이자 및 원금을 상환할 수 없다”고 판결해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한 달 간의 유예기간 아르헨티나 정부는 헤지펀드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돼 결국 지난 7월 30일 2차 디폴트를 맞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 법원 판결에 디폴트에서 벗어나기 어렵자 자국법에 의거하는 새 방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우리 앞에는 경제나 외교정책, 인권 등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다른 나라(미국)로부터 우리의 주권과 신념이 부당하게 침해받고 빚더미에 다시 허덕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2001년 채무재조정에 응하지 않은 7% 정도의 채권단에 대해서도 기금을 적립할 것”이라며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이들 채권단은 300%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증권당국의 수장인 알레한드로 바놀리는 “정부는 채권단이 채무 스왑에 참여할 지 여부를 2~3주 안에 결정할 수 있도록 새 법이 빨리 통과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음 채무상환일인 9월 30일 이전에 이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