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으로 사상 첫 분리 국정감사가 표류하면서 피감기관이었던 공기업들이 확대된 업무 공백과 비용 탓에 한숨을 짓고 있다.
27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회 파행으로 26일 1차 국감이 무산되면서 국감 대상기관의 적지 않은 업무 혼선과 집기구매, 위약금 등에 따른 비용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1차 국감 대상은 각 부처 산하기관을 중심으로 400개 정도다. 이날까지 집계된 상임위 8곳의 손실 비용만 2억2000만원에 다다른다.
실제로 안전행정위원회 대상 부처·기관들은 자료 인쇄·방송장비 임대료 등으로 4350만원을 사용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상 기관도 국감장 설치, 숙박료 위약금, 자료제작비 등 국감 준비에 1억1373만원을 사용했다.
정무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자료 인쇄비용과 이동차량 임차 예약금, 식당 위약금, 장비 임대료 등으로 각각 2371만 원, 2790만 원을 썼다. 이밖에 일각에선 이에 파생된 사회적 비용 손실만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를 통틀어 방만경영 개선 등 국감 이슈가 가장 많이 집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들은 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업무공백의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26일 한국전력을 필두로 1차 국감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피감 공기업들은 10월 초에 있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감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각 의원실은 빠르면 지난 6월부터 조기 국감을 근거로 이들 공기업의 각종 자료를 요청해왔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의원실의 요구자료는 수치와 데이터, 현황파악이 대다수라 9월 국감예정일까지 맞추기도 빠듯한 일정이였다"면서 "한 부서가 자료 하나를 위해 타 업무가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기업은 국감에 대비해 일부 자료를 인쇄했다가 수억원에 비용만 물게 된 일도 있다.
문제는 1차 국감의 실행여부가 불분명해지면서 이 같은 업무공백이 4개월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의원실에선 같은 자료를 요구할 것이 당연하고 사실상 연기된 국감이 열릴 때까지 관련 부서에선 자료의 업데이트에 치중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피감 공기업 중에선 1차 국감 이후 본사의 지방이전을 준비하고 비용 대부분을 처리한 상태에서 국감이 연기되자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예도 있다.
결국 여유있게 세심한 국감을 펴고자 했던 여야의 뜻이 되려 방만경영 개선에 갈 길 바쁜 공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된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기업의 업무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국감 일정을 매년 일정한 기간에 여는 게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감 일정이 매년 같으면 국정감사 준비가 체계적으로 진행돼 그만큼 업무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