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오너일가의 대규모 주식 증여가 사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가업(家業)형 국내 증권사에도 후계구도 확립 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주 3세가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가 하면, 2세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다지기도 한다. 비영리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주식을 밀어주는 곳도 있다.
◆대신증권 3세체제 꿈틀
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은 최근 자사주 3만1000주(0.04%)를 취득했다. 이 회장이 대신증권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04년 10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올해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사주 10만주 취득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분 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 탓에 끊임없이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시달려왔다. 이를 고려하면 이 회장의 지분 매입은 취약한 지분 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때를 맞춰 이 회장의 장남이자 대신증권의 최대주주인 양홍석씨가 지난 6월 공채로 입사해 모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대신증권의 후계구도에 의미있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고 양회문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한 이후 회사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어룡 회장의 뒤를 이어 홍석씨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석씨의 선친인 고 양회문 회장 역시 공채로 입시해 업무를 배운 후 양재봉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았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중소형사도 후계구도 안착
신영증권 역시 창업주 원국희 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대표가 최근 자사주 매입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후계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원종석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보통주 24만1130주(2.57%)와 우선주 16만6672주(2.36%)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들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현재 보통주와 우선주의 지분이 각각 25만1130주(2.68%), 18만272주(2.62%)로 높아졌다.
원 대표는 지난해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올해 초 전문경영인 이영환 공동대표가 부산은행 후보 출마차 사직한 이후 단독 대표이사를 맡으며,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한양증권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변동도 눈길을 끈다.
창업주인 김연준 한양학원 이사장이 올해들어 보유지분 158만3167주(12.44%)를 전량 처분했다. 이와관련 한양증권의 경영권 매각설과 결부시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후계작업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김 이사장의 아들인 김종량 씨의 경우 지난해 24만2092주(1.9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올해 들어 지분을 확대해 현재 51만5512주(4.05%)로 두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비영리재단 통한 우회적 승계도 활발
유화증권, 신흥증권 등에서는 비영리재단을 통한 우회적인 주식 취득으로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특히 전통적인 고배당주라는 점에서 지분 승계외에도 배당수입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주는 물론 우선주도 수시로 매입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화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인 윤장섭 회장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인 성보문화재단의 지분 매입도 병행되고 있다.윤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성보문화재단은 수년간 지속적인 장내 매수를 통해 현재 보통주 64만3849주, 우선주 47만9368주 등 총 112만3217주(7.57%)를 보유하고 있다.
유화증권의 한 관계자는 "성보문화재단을 통한 지분 매입은 우회적인 지분 승계 효과와 배당 등 다양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화증권은 현재 윤장섭 회장이 17.72%로 최대주주이며, 윤 회장의 4남인 윤경립씨가 대표이사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동시에 지분 10.73%를 보유 중이다.
신흥증권도 고 지성양 회장의 아들인 지승룡 사장 지분 15.10%를 가진 최대주주로 후계구도가 안착돼 있다. 이와함께 지 사장이 이사장을 있는 익성학원도 4.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사장이 맡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원그룹을 양대 지주회사로 분리, 금융은 장남인 김남구 사장에게, 식품은 차남인 김남정씨에게 나누는 방식으로 후계구도를 정립했다.
현재 김남구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20.94%)로 있는 한국금융지주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지분 100%를 지배하고 있다.
이밖에 부국증권은 최대주주인 김중건씨가 지난 1994년 김중원 한일그룹 회장으로부터 증권사를 넘겨받아 현재 보통주 126만6962주(12.22%)와 우선주 19만8750주(6.6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