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우리나라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내외 금리차에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연구단체인 국회 경제정책포럼이 주최하는 ‘한은 총재 초청 조찬세미나’에서 ‘정책환경의 변화와 통화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먼저 “우리나라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제가 어렵다보니 한은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특히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 성장, 고용 등 다중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수출-내수, 대기업-중소기업, 기업-가계 등 경제 부문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00년 31%에서 2013년 54%로 확대돼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수출의 성장 기여율도 2000~2007년 84%에서 2009~2013년 101%로 늘었다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영성과도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비중이 하락한 것은 물론 비우량 기업의 대출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다는 언급도 했다. 지니계수가 1997년 0.26에서 2013년 0.31로, 같은 기간 상대적 빈곤율은 8.7%에서 14.5%로 상승하면서 소득분배의 불균형도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내외 금리차와 원화 약세, 또는 강세 기대의 변화에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내외금리차가 축소되고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띨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해선 “유로화·엔화의 약세 요인”이라며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위기감을 높인 경제진단과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 가능성 발언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