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극적인 확장 기조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정건전성에 경고음은 더욱 커졌다. 최근 3년간 국세수입 감소로 나라 살림은 빠듯한데 쓸 돈은 많아진 탓에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균형재정 목표도, 공약가계부 약속도 물 건너가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내놓은 2014~201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는 33조6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수준으로 추산됐다. 내년 재정수지 적자는 2009년 43조2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인 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는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상 2015년 관리재정수지인 17조원 적자(GDP 대비 -1.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에 예상되는 국가채무는 570조1000억원으로 올해(527조원)보다 43조1000억원이나 증가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5.1%에서 35.7%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재부는 관리재정수지가 2016년 30조9000억원, 2017년 24조원, 2018년 18조원 등으로 줄어들어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은 -1.8%, -1.3%, -1.0%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채무 비율도 같은기간 36.4%, 36.7%, 36.3%가 될 것이라 했다. 재정수지나 국가채무가 일시적으로 악화되지만 지출 확대로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에 활력이 생겨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단계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에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을 0.5%로 맞추는 균형재정 달성은 어렵게 됐다. 정부는 당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대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는 “30%대 중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목표를 낮춰 잡았다. 재정지출 계획은 2015년 376조원, 2016년 393조6000억원, 2017년 408조4000억원, 2018년 424조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4.5%다. 하지만 복지분야의 법정지출이 늘면서 의무지출이 2014∼2018년 연평균 7.1% 늘어나는 데 비해 경기회복과 민생안정 등에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증가폭은 2.0%에 그칠 전망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각국이 경기 침체 탈출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늘어나지만 중기계획상으로는 적자를 줄여서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일부 훼손하더라도 경기부양을 위해 과감히 재정을 확대한다지만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가 1%에 달하도록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속적인 재정 적자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밖에 없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재정적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더 늘리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면서 “적자 재정이 커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세입 전망을 크게 잡은 점도 나라살림 가계부를 더욱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내년 총 국세는 221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3%(5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민 1인당 세금부담은 약 546만원으로 올해(550만6000)원보다 4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내년 물가상승률 2%, 실질성장률 4%, 경상성장률 6%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작년 발표한 중장기계획에는 올해보다 23조원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년 예산안엔 1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쳐 당장 10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내년 적자국채 발행규모만 33조원에 달한다.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경기둔화 추세를 봤을 때 내년 소득세수가 5.7%, 법인세수는 0.1%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적인지 않은 계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건전성 관리방안 등으로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번 예산안을 통해 내놓은 세입기반 확충 방안인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 역외탈세 대응강화,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과세 강화 등은 이미 그 성과에 의문부호가 붙은지 오래다.
현 정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공약가계부도 최근 세수여건 악화와 고소득자ㆍ대기업 증세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재원조달 방안이 막막해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