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담뱃값 인상…서민이 ‘봉’인가

입력 2014-09-19 08:10 수정 2014-09-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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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기자

영국엔 창문 없는 집이 많다. 과거 세금을 피하기 위해 납세자들이 창문을 벽돌로 막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창문세(Window Tax)다. 영국 정부는 1696년부터 1851년까지 150년 넘게 건물에 난 창문에 세금을 물렸다. 창문 10~20개는 4실링, 20개 이상은 8실링 등 창문이 많을수록 세금은 폭탄이 됐다. 2011년 덴마크는 포화지방 성분이 2.3% 이상 함유된 버터·우유·치즈·피자·육류 등에 포화지방 1㎏당 16크로네(약 3400원)의 비만세(Fat Tax)를 부과했다. 비만과 질병을 유발하는 저급 음식(정크푸드)의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줄어 질병도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먹는 것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 정부’에 짜증을 냈다. 결국 비만세는 국민들의 혹평 속에 1년 만에 폐지됐다. 두 사례 모두 국민을 ‘봉’으로 본 세금들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2배 이상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 관련 법령을 정식 입법예고했다. ‘증세(增稅) 없는 복지’를 외치던 박근혜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더니 서민의 목을 비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의 이유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내세웠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 20년간 동결됐던 지방세, 자동차세 인상과 관련해선 “확보된 재원은 복지와 안전 등 시급한 재정수요에 충당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 복지 재원을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하겠다니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삶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담배는 화를 가라앉히는 유일한 도구이며 아픔을 보듬는 위안이다. 속 편하고 돈 걱정 없는 이들에게 담배는 말 그대로 기호품에 불과하겠지만 하루하루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서민에겐 의미가 다르다. ‘서민이 봉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담뱃값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방송, 인터넷 등에서 ‘담배값’이란 잘못된 단어를 사용해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사실 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아킬레스건이다. 원칙이 일관적이지 않고,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다 예시할 수도 없다.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외우는 것 외에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이거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합성어 중 다음과 같은 경우 사이시옷을 붙인다. 첫째,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로 담뱃값(담배깝), 귓병(귀뼝), 전셋집(전세찝)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다. 아랫니(아랫니), 제삿날(제산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 ㄴ’이 덧나는 경우로 깻잎(깬닙), 훗일(훈:닐) 등의 단어가 해당된다. ‘한자어+한자어’로 이뤄진 합성어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두 음절로 된 한자어 6개, 즉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는 예외적이므로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해방 이후 전매청이 생기고 담배가 국가 독점사업으로 운영되면서 담뱃값 인상은 늘 첨예한 논란거리였다. 국가가 돈이 필요해 담뱃값을 건드릴 때마다 흡연가들은 ‘봉’이 되곤 했다. 이래저래 힘없는 서민, 특히 흡연가만 골치 아픈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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