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스몰캡(중소형주)’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인도 등 각국 증시에서 스몰캡 상승폭이 대형주가 중심이 된 벤치마크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MSCI태국스몰캡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36% 상승해 SET지수 상승폭 22%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MSCI필리핀스몰캡지수도 28% 올라 벤치마크인 PSEI의 24%를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인도는 스몰캡이 54%로 센섹스지수의 두 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말레이시아증시 스몰캡 상승률은 7.4%에 불과했으나 KLCI지수가 1.1%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하반기에야 이뤄질 것으로 베팅하고 아시아 중소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중소형주에 투자가 집중된 이유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개혁 기대와 군사정부 하에서 태국 정국의 안정 등도 중소형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본느 탄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소형주는 실적 개선에 상승 모멘텀이 대형주보다 커 선호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에서 올해 대기업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영국 프루덴셜의 투자 자회사인 이스트스프링은 올 들어 말레이시아 스몰캡 투자규모를 2억700만 링깃(약 666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확대했다.
말레이시아 RHB은행의 알렉산더 치아 리서치 부문 대표는 “앞으로 1년간 스몰캡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아직도 시장에서 많은 돈이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군사정부는 우선순위를 경제성장에 두고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관련 종목이 크게 뛰었다. 시노타이엔지니어링&건설은 올 들어 97%, 부동산 개발업체 방콕랜드가 36% 각각 급등했다.
웜-하인 팔스 로베코 신흥시장 투자 부문 대표는 “아시아 중소형주는 소비지출 증가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며 “인도와 대만 중소형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탄 CIO는 내년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역풍을 우려해 “해당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며 “거시경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기업의 실적과 사업모델, 경영능력에 더 집중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