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논란을 둘러싸고 두 개의 '2.17합의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 당시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법인 유지 등의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보유한 합의서에는 입회인으로 참석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사인이 없는 반면 외환 노조가 제시한 합의서에는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합의서를 공개하며 촉발됐다.
당시 김 회장은 "제가 가지고 있는 합의서에는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없다"며 "노사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의 사인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하나금융 측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본 문서에는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반면 외환노조는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노조측 관계자는 "합의서 체결 당시 현장에서 김 전 위원장이 정부 당국을 대표해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을 했고,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을 고려해 노사의 서명만 들어간 합의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며 "당시 현장에서 두 종류의 합의서가 체결됐고, 이같은 과정을 지켜본 김 전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관계자도 "오는 27일 열리는 종합국감에서 다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외환노조의 주장대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상임위 차원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한 위증 여부가 논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2.17합의서'에 대한 진실공방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정무위 국감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재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합의서에는 '입회인, 금융위원장 김석동'이라는 김 전 위원장의 사인이 있다. 사인이 없는 합의서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하지만 사인을 한다고 해도 (합의의) 당사자로서 사인을 한게 아니라고 본다. 노사정 합의라기보다 노사 합의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