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4년. 서울 용산연병장(현 미군기지) 일대는 인파로 들썩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대중들에게 서구식 경마인 '조선경마대회'가 열렸기 때문이죠. 말과 기수가 하나돼 온전히 시합에만 열중하는 모습에 10만의 관중은 열광했습니다.
100년이 지난 현재, 역사에 기록될 만큼 용산 일대를 뒤덮었던 경마에 대한 열기는 정반대로 변했습니다. 싸늘함을 넘어 반감으로 가득합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근처에 들어선 화상경마장 때문입니다.
문제는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가 지난 6월 용산 화상경마장을 개장하며 불거집니다. 기존 용산역에 있던 지상 6층 규모의 시설을 폐쇄한 후 원효로 일대에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시설로 이전한 것입니다. 물론 3개 층만 화상경마장으로 시범 운영한 후 추후 개장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상경마장의 위치가 학교 근처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학교보건법상에는 경마장 등 사행행위장의 장외발권소는 학교 반경 350m 내에 금지됩니다. 새로 지은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235m 거리에 중학교가 있습니다. 반경 500m로 확대해보면 6개 학교가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행사업장인 화상경마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임시 개장 과정에서의 주민 의견이 반영이 안 된 것도 문제입니다. 마사회는 용산 경마장 이전 계획을 은근슬쩍 진행합니다. 주민 설문조사를 시행하긴 했지만, 형식상 질문에 답하는 정도였습니다. 사행사업장을 여는데도 주민 의견을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셈입니다. 지난 6월 이전한 용산 화상경마장을 열 때도 기습개장 했습니다.
비난받을 걸 알면서도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을 고집하는 건 왜일까요. 한 마디로 수익성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마사회가 거둬들인 매출 약 7조7000억원 가운데 72%인 5조4000억원가량이 화상경마장을 통해 얻은 수익입니다. 그만큼 화상경마장으로 얻는 수익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가운데 용산도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10년 간 용산경마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만 약 1조2000억원으로 용산경마장은 마사회엔 버릴 수 없는 카드인 셈입니다.
마사회 입장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수 없고, 주민 입장에선 동네를 지키고자 나선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마사회의 개장 강행이 정치적 이슈로까지 문제를 키웠습니다.
일단 지난 2일 세 달간 온갖 비난을 받았던 용산 화상경마장은 임시 개장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달 말까지 종교계, 교육계, 언론계 등 10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각 분야 전문가 10명이 추후 개장 여부의 적격성을 심사합니다.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을 신축한 마사회. 사행사업장이 동네에 운영되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주민들. 어느 쪽으로 결판 나든 한 쪽은 많은 걸 잃게 될 겁니다.
법적으로 사행사업장으로 규정된 화상경마장. 경제의 논리가 중요하다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주민들의 외침이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지, 혹은 절충점을 찾을 지 여부에 여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