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전 증권협회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미수(88세)연을 겸해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 기념 출간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동길 박사는 축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증권시장을 통해 경제를 세우기 위해 강성진 회장이 최선을 다했다”며 “강 회장은 나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묵묵히 한 시대의 경제를 이만큼 일으킨 한국증권 업계의 대부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정우택 위원장도 “1990년 증권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외국인의 투자시대를 개척해 나간 산 증인의 역사를 만들었고, 민간 주도의 안정 기금을 조성해 증권 시장을 안정시켰다”며 “그것이 국가 융성의 초석이었고 3만달러의 발판이 됐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1964년 삼보증권을 인수한 뒤 19년간 업계 선두를 지키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엔 증권업협회장을 지낸 ‘증권 대부(代父)’이자 한국 증시의 산증인이다.
강 회장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와 임직원 교육 등으로 삼보증권을 독보적인 일등 증권사로 이끌었다. 증권업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증시 혼란기에 ‘증권시장안정기금' 조성을 제안해 혼란스럽던 1990년 증권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증시안정기금은 증시가 급락할 경우 이를 막는 데 쓰는 공공기금이다.
1992년에는 증시개방을 맞아 증권정책 연구기관인 증권경제연구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1993년 강 전 회장은 새시대를 맞아 새인물이 필요하다며 회장직을 사임했다.
최근까지 꾸준히 경제 관련 기사와 주식 시세표를 정독하며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강 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몸소 겪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격동과 성장과정을 되돌아볼 계획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회고록은 강 회장이 증권 시장이 어떻게 뿌리 내리고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지 본인의 경험담이 담겨있다.
이 책은 1962년 5월 파동처럼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각종 증권 파동, 잇단 증시 휴장 사태, 투자자들의 난동과 시위, 여기에 소위 증권가의 큰손들이 서로 편을 이뤄 벌였던 책동전과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싼 비화 등에 이르기까지 강 회장은 1960년대 열악했던 경제 상황에서 벌어졌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육성법의 제정과 함께 1970년대 비로소 자리잡아갔던 한국 증권시장의 성장 과정에 얽힌 일화들을 들려주고, 직원 열 명뿐이던 삼보증권을 인수해 국내 최고의 증권회사로 키워낸 강 회장 특유의 경영 철학도 소상하게 적어놓고 있다.
강 회장은 “80여생을 거치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증권시장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경영도 해보고 회장일을 했던 것이 출간의 동력이 됐다”면서 “힘찬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건강하게 열심히 살겠다”고 답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사)함께하는 경제 배창모 회장, 명호근 삼보증권 동우회장, 장남 강완구 일동여행사 회장, 차남 강흥구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사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함께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