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디지털 혁명의 결과물이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킬 뿐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전날부터 3주간 부산에서 개최되면서 IT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이면에 일자리 문제에서 인간이 소외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경제전문가 6명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1·2차 산업혁명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이롭게 했지만 디지털 혁명도 그런 결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1차 산업혁명 때는 동력 방직기 때문에, 2차 혁명 때는 자동차·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지만, 그만큼 경제적 기회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그러나 “3차 디지털 혁명은 소수의 기술력을 갖춘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고 나머지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3차 디지털 혁명이, 1·2차 산업혁명보다 더 ‘분열을 일으키는(devisive) 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성장동력은 기술혁신과 생산성에서 찾아야 한다”면서도 “디지털 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모르겠다. 두고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전화기, 금속활자 등 역사적이 발명이 나왔을 때 쓸데없는 발명을 했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지만 사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얘기에 불과하다”며, IT 기술혁신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시각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 간담회장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하 원장을 비롯해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소영 서울대 교수, 김진일 고려대 교수, 서영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