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축산업계 피해 규모가 한ㆍ캐나다 FTA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치즈 등 낙농업 분야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지만 탈전지분유 피해 발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됐다.
김덕호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뉴질랜드와의 FTA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 규모는 영향분석을 해봐야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있겠지만 쇠고기와 낙농 등 축산업 분야에서는 한ㆍ캐나다 FTA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캐나다와의 FTA로 발효 후 15년간 농축산 분야에서 4000억∼5000억원 정도의 피해가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국장은 최근 여야정 협의체에서 영연방 FTA에 따른 피해 지원금 4000억원을 추가로 예산에 반영한 것과 관련해서는 “축산업계에서 한·호주, 한·캐나다 FTA 과정에서 예상되는 피해 해결을 위해 요구한 9개항 중 6개항에 대한 지원이 4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뉴질랜드 FTA 피해 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지원금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돼지고기 삼겹살 시장을 지키는 대신 소고기 시장을 개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고기는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 기존 FTA에서 모두 15년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면서 “뉴질랜드산은 미국보다 3년 늦게 관세가 없어져 개방된다”이라고 말했다.
낙농분야 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치즈는 사실상 미국·EU와 FTA 체결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주면서 10∼15년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탈ㆍ전지분유 분야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탈전지분야에 대해선 TRQ를 운영을 하더라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검토하고 한·뉴질랜드 FTA 타결에 따른 국내 대책을 세울 때 관련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위 산업 피해우려와 관련해서는 “키위는 칠레와의 FTA 등에서 이미 개방된 상태이므로 다른국가로부터 수입되는 키위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고,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국내 농가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5일 타결된 한·뉴질랜드 FTA에서 우리나라 농업부문 보호를 위해 돼지고기 삼겹살·꿀·감귤·사과·고추·마늘·양파(냉동제외)·인삼 등 전체 농축산물 1500개 중 주요 농산물 194개(12.9%) 품목이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년 초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쌀은 한·중 FTA와 마찬가지로 양허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낙농품, 가축육류, 과실류 등 주요 뉴질랜드산 제품 수입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우리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8∼40%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갈비 등 쇠고기의 관세율은 FTA가 발효되는 해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낮춰지고 15년 뒤 철폐된다.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호주(28%) 미국(17%)에 이어 3위(4%)로 지난해 수입액이 1억1400만 달러에 달한다. 다만 쇠고기에 대해 뉴질랜드로부터 수입물량이 사전에 합의된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발동해 추과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또 18∼30%의 관세율를 매겨온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삽과 넓적다리·어깨살 등을 뺀 나머지 부위는 관세가 7∼18년 뒤에 철폐되고, 닭고기도 18년 후 무관세화된다. 유제품도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치즈는 7~15년 뒤, 버터는 10년 뒤 관세율이 0%가 된다. 뉴질랜드 최대 수출품인 탈ㆍ전지분유는 소비량의 5%만 인정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상품으로 묶었다. 과실류에서는 키위(45%)가 매년 7.5%씩 관세율이 줄어 6년 뒤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