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20일 현대중공업 주식 243만9000주를 3000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금액은 KCC의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5.8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6.25%(475만2357주)로 늘어난다. 매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장중 매수 또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이 될 전망이다.
KCC는 현대중공업 주식 취득에 앞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문동에 있는 토지와 건물(총면적 4만3424㎡)을 외환은행에 3000억원을 받고 처분한다고 밝혔다. 처분 목적은 자산유동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KCC가 현대중공업 주식 취득 이유로 내세운 자금운용의 효율성 증대와 비교하면, 결국 보유 부동산을 팔아 현대중공업 자사주나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해 현대중공업을 유동성 위기에서 도와주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적자만 3조원을 웃도는 등 사상 최대 손실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재구무조 개선 작업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이틀 동안 계열사를 통해 7016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유동성을 마련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9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중이던 KCC 주식 80만3000주(7.36%)를 4151억5100만원에 처분키로 결정했다.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날 블록딜을 통해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1%)를 2864억5200만원에 전량 처분했다.
한편, 이번 지분 매입으로 증권가에서 ‘미다스’로 통하는 정몽진 회장의 선견지명이 다시 한번 먹혀들지도 관심거리다. 정 회장은 12월 18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제일모직과 2008년 만도 지분 투자를 통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낸 바 있다.
사상 최대의 적자에 처한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8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KCC는 2000년 11만주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현대중공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주당 단가는 2만3900원에 불과하다. KCC가 3000억 규모의 주식을 취득해도 주당 평균가는 7만원 중반 수준으로 현 주가보다 낮다. 이에 현대중공업이 향후 정상화 절차를 밟아 주가가 오를수록 KCC의 지분가치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