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회장의 임기 만료에 따른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두 단체의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차기 지휘봉이 방치된 반면 중기중앙회는 벌써부터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이 3연임에 나설지 확실치 않다. 사실 지난해 허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허 회장은 회장단의 연임 제의를 계속 고사하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 끝에 수락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전경련 차기 회장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대기업 총수도 없을 뿐더러 허 회장도 3연임에 대해서는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경련 측은 차기 회장에 대해 논의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GS그룹 내부에서는 허 회장이 한 번 더 연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원래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명예로운 자리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초대회장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우리나라 경제 재건에 힘썼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 바로 전경련이었다.
최근 전경련 회장직이 홀대받는 이유는 ‘재계의 본산’으로서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점점 나빠지는 경영환경 때문이다. 상징성이 큰 4대 그룹 회장들은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고, 다른 총수들도 사법 처리나 경영난에 누구 한 명 발 벗고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지난 8월 일찌감치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를 연 중기중앙회는 8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임기 4년의 연임제다. 김기문 회장이 2007년부터 8년 임기를 모두 채운 만큼 내년 2월엔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중기중앙회 회장은 매번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선출된다. 특히 이번 선거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3~4명 정도였던 후보자가 두 배나 늘었다. 물론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후보가 압축되겠지만,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인물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높아진 중기중앙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전경련과 중기중앙회가 대기업, 중소기업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직을 둘러싼 상반된 모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납품 비리, 갑(甲)의 횡포 등 대기업의 안 좋은 일면이 계속 드러나면서 앞으로 두 경제단체가 펼칠 창과 방패의 대결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당면한 과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가 보여줄 결과는 자명하다. 재계는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작년 2월 전경련은 ‘허창수 2기’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요구에 전향적인 자세로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경련이 지난 2년 가까이 기울인 노력이 재계가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전경련은 또 다시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 재계와의 소통 부족이 불러온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