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9.95달러로 5년여 만에 배럴당 60달러 선이 붕괴했습니다. WTI 가격은 이번 주에만 9% 하락했고 지난 6월 기록한 올해 고점 107달러에 비해서는 45% 폭락했습니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100달러가 넘었던 유가가 6개월도 채 안 돼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한 것일까요?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미국의 셰일혁명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발동을 건 가격전쟁, 약한 원유수요, 지정학적 불안 완화, 강달러 등이 유가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지요.
그 가운데서 가장 결정적 원인을 꼽자면 역시 OPEC의 가격전쟁입니다. 그리고 OPEC의 전쟁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OPEC 내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미국이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사우디로서는 자존심 상할만 하죠. 또 미국 셰일업계의 부상으로 원유시장에서 자신의 기득권이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커졌습니다. 이에 사우디는 지난달 27일 OPEC 회의에서 생산량 동결을 주도합니다. 어디 미국에 ‘갈 때까지 가보자’라고 선언한 셈이죠.
회의를 주도한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시장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습니다.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사우디의 강경 기조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지난 10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분노한 어조로 “왜 산유량을 감축해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미국 셰일업계가 채산성을 맞추기 힘듭니다. 사우디도 유가 하락에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지위에 이를 견딜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겠죠.
과연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미국 셰일업계의 숨통을 끊을지 아니면 감산이라는 항복 선언을 할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