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 중인 글로비스 지분 13.4% (502만주)에 대한 매각작업이 불발됐다. 1조5000억원 규모의 너무 많은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전날 장 종료직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중인 글로비스 보유지분 13.4%에 대한 블록딜 수요 예측을 시작했다. 1주당 가격은 장종료 시점의 글로비스 종가(30만원)대비 7.5%에서 12% 할인된 26만 4000원에서 27만7500원 사이에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단독이었다.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 물량 부담이 커 이를 선뜻 받아줄 수 있는 기관매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블록딜에 나온 현대글로비스 물량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분교환이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시가총액 23조1700억원의 6.7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앞서 정의선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수순이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이어졌다. 모비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글로비스 지분 매각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었다.
나아가 지난 2013년 공정위가 발표한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계열사 지분 30%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수순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은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로 제한해야 한다. 이번 지분매각이 성사됐다면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기존의 31.88%에서 30% 미만으로 축소돼 공정위법 개정안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번 블록딜 무산으로 정의선 부회장은 조만간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은행가에서는 △할인율의 재조정 △분산 블록딜 △매각 규모 재조정 등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블록딜인만큼 적잖은 할인율이 적용됐음에도 상대적으로 규모의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점진적인 매각이나 분산 매각 등의 다양한 대안도 방법 가운데 하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