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근절에 전 금융권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을 주문했다. 장기 미사용 통장의 현금인출 한도 축소 등 금융사기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당부했다. 또 외제차를 이용한 고의사고 등 보험사기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연초부터 금융권에 금융사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사기 징조를 포착하고 앞다퉈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우리은행 명칭을 도용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연말 스마트폰을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정상적인 앱을 구동할 때 가짜 앱 설치와 금융정보 갈취를 유도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외환은행 사례와 같이 메모리해킹 악성코드 공격을 경고했다.
지난해 금융권은 각종 금융사기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이를 방증하듯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에만 금융사기와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20차례나 발령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고질적 병폐인 보험사기 외에도 대출사기, 가짜 홈페이지, 가짜 뱅킹앱, 보이스피싱 등 종류도 한층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지역 농협에서 텔레뱅킹과 관련된 금융사기로 고객의 돈이 무단으로 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돈은 11개 은행 15개 통장에 나뉘어 이체된 즉시 인출됐다. 그러나 농협·경찰·금융당국 어느 누구도 어떻게 돈이 인출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범인이 제3자 명의로 된 대포통장으로 돈을 빼갔기 때문에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난해 1월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금융당국은 수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되레 금융사기가 활개치고 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금융사기는 지난 2012년 1515억원, 2013년 2241억원, 2014년 2403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1억원 이상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새 5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금융사기 피해자의 1인당 피해액도 최근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개인정보 불법 거래가 성행하면서 금융사기의 필수품인 대포통장이 모든 금융사기의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개설된 대포통장은 금융감독원의 공식 집계(6만개)보다 30% 이상 많은 8만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7분마다 1개씩 만들어지는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포통장은 2012년 3만7542개에서 2013년 3만7883개로 증가했다. 2014년 대포통장 증가율은 공식적으로 60%, 추정치로는 110%가 넘는다.
대포통장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대책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2년부터 10차례의 크고 작은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금융사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포통장 근절이 매우 중요하다”며 “장기 미사용 통장의 현금인출 한도 축소 등 이미 마련된 대책을 조속히 실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카드업계 역시 카드 위변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0년 53억원이던 신용카드 위변조 부정 사용액은 2012년 63억원, 2013년에는 75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제3자에 의한 카드 부정사용 건수는 5만6000건이다. 이는 지난 2010년에 비해 1.8배 늘어난 수치다.
보험사도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한해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190억원으로 2012년 대비 14.5%나 늘었다. 2010년 기준 전체 보험사기 추정액은 약 3조4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보험사기 추정금액은 추산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전체 보험사기 가운데는 외제차 등을 활용한 자동차 보험사기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보험사기 적발금액 중 외제차 등을 활용한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전체의 55.4%인 2821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