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도 우리 사회에는 야누스처럼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적지 않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명 시민단체 대표가 겉과 속이 다른 야누스적 행태로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3일 오후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대표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대표는 지난 2011년 가을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측으로부터 7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장 대표는 2003년 8월 정부가 론스타 측에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평가를 축소·조작한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등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그런 장 대표가 론스타 측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검찰은 2011년 가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론스타와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 재판과 관련해 더 이상 사건을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론스타 측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돈에 매수됐다는 것에 대해 보다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2004년 8월 ‘자본 감시’를 명분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런 장 대표가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거액을 받고,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돈이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자, 야누스적 행태의 대표격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문제는 장 대표의 억대 금품수수 사건이 비단 시민단체에만 국한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론스타에서 시민단체에 수억원을 제공할 정도면, 금융뿐만 아니라 경제계에도 적잖은 로비 행각이 있을 수도 있다”며 “장 대표의 금품수수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건을 계기로 론스타의 로비 행각 전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장 대표를 제외한 또 다른 인물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론스타에 적개심을 둔 척 행세하면서 뒤로는 금품을 수수한 야누스적 행태를 보인 이들이 있다면 검찰은 이들을 반드시 색출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