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교과서는 개개인을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며 잘 살아가기 위해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식으로 전달하는 종이 교과서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맞춤형 교육을 AI디지털 기술로 구현하고자 한다. 각각의 다양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부분들을 잘 진단하여 개개인의 각기 다른 학습 요구에 따라 맞춤화된 학습을 제공하는 교과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에 이상적인 교과서와 학습방법을 제공하고자 하지만 현실의 우려는 간단치 않다. 필자는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충북교육 공론화 자문위원으로 참석하여 AI디지털 교과서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왔다. 정책 전문가, 정책 생산자가 아닌 교육주체(학생, 교사, 학부모) 및 일반 도민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AI 시대, 충북 디지털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충북교육청 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공론 조사였다.
우선 학교 현장에 디지털 기기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교육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지만, AI 확대에 따른 부작용 예방 및 대응, 디지털 과의존 및 중독 예방 방안, 디지털 문해력 및 비판적 사고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AI디지털 교과서의 교육적 효과보다는 학교 교실 현장에 도입이 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예견하고 있고,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특히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가 크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교육 효과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개인 맞춤형 학습을 통하여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례에서부터 유럽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기기를 도입한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이 다시 종이 교과서 사용으로 정책을 뒤집은 사례까지 다양하다. 디지털 기기는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딴짓을 할 수 있는 기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통제가 안 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어느 연령 때에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좋은가에 대해서다. 어린 나이 때에는 종이와 연필, 책이 더 두뇌 및 학습 역량을 개발하는 데 좋다는 것은 합의가 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는 어느 연령부터 어떻게 접하게 하면 좋은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실은 초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 이전부터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접하고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중요한 두 가지 기능 중 하나인 오락·게임의 기능으로 이미 디지털 기기에 흥미를 가지고 과의존 또는 몰입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인 정보 처리와 학습(업무)의 기능을 접하기 전에 오락·게임 기능으로만 디지털 기기를 인식하는 ‘인식의 불균형’ 상태에서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학습 기기로 사용하는 데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이 필요하다.
근대의 문해력에 대한 정의는 “책에 담긴 생각을 읽고, 공책에 생각을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제는 문해력의 매체가 책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문해력의 매체로서 컴퓨터, 디지털의 장단점, 활용 능력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을 갖춰야만 AI디지털 교과서가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