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재점화되면서 실적이 떨어진 제약사간 합종연횡의 계기가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일동제약의 최근 경영 실적 부진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이같은 녹십자의 행태에 불만을 토로하며 9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는 그간 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의 주주 권리 행사가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가 아닌 상호 협력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면서도 “이번에는 일동제약의 지난해 실적을 호도하고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M&A로 해석되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녹십자 측은 경영권 참여 이유에서 일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 실적 부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이하 연결 기준)은 47억111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 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1081억원으로 0.9%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을 향한 적대적 M&A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녹십자가 일동제약 인수에 성공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배구조가 취약한 제약사들은 적대적 M&A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9753억원을 기록한 녹십자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되는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유한양행을 제치고 단숨에 제약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면서 “녹십자가 일동제약 실적 부진을 볼모로 적대적 M&A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실적 부진 제약사를 중심으로 합종연횡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