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을 놓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과 맞물리면서 오는 5일로 연기된 임시 이사회에서도 사장 선임 안건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임시이사회를 박 대통령 중동 순방일정을 인지하고도 지난달 26일에서 5일로 일주일 연기한 것은 홍 회장이 청와대의 지침을 받고 내외적인 변수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정기 이사회에서 고재호 사장 선임 여부를 결정하지 못 함에 따라 추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던 임시이사회가 연기됐다. 고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정기 주주총회가 상법상 이사회로 부터 3주 후에 개최해야 함에 따라 대우조선은 늦어도 오는 9일까지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고 사장의 임기는 3월 29일자로 만료된다.
이처럼 대우조선 사장 인선이 복잡한 구도로 흘러가는 것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 내부에서 “고 사장 교체를 결정했다”는 말이 새어나오면서 정부와 의견 조율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추천한 인물에 정부가 부정적인 사인을 보내면서 수주실적과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 사장 간의 시간싸움에 돌입했다는 시각도 있다. 홍 회장 입장에선 대우조선 민영화 일정이 통합산은 출범으로 앞당길 수 밖에 없어 개혁성향이 뚜렷한 인물 또는 산업은행과의 교감 확대를 중시하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홍 회장과 경기고 동기 동창인 김 전 사장은 대우조선에서 선박영업과 해외 주재원 등을 맡았다.
홍 회장이 고 사장을 압박하고 있는 카드는 윤리경영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납품비리가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납품 업체를 상대로 35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최고 경영자가 내부 감사 시스템 관리를 소홀해 주인없는 회사라는 오명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돼 워크아웃에서 회생했다. 지금은 산업은행이 지분 31.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금융위원회의 지분이 12.2%,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이 8.1%로 절반 이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준 공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