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과 오얏꽃은 늘 한묶음이다. ‘매화에 이어 앵두 살구 복사꽃 오얏꽃이 차례로 핀다’(백낙천의 시 ‘춘풍’)고 한 것처럼 꽃피는 시기도 동기 동창생이다. 그래서 두 꽃을 묶어 도리(桃李)라고 한다.
도리쟁연(桃李爭姸)은 복숭아꽃 오얏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봄을 뜻한다. 또 도리는 우수한 제자들이 많음을 비유한 표현이다. 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 도리만문(桃李滿門) 도리영정(桃李盈庭)은 믿을 만한 자기 사람으로 세상이 가득 찼다는 뜻이다. 도리지교(桃李之敎)는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가을에 피는 국화가 역경에도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군자를 상징하는 것과 달리 도리는 봄에 잠깐 꽃이 피었다 지기 때문에 절개나 지조가 없는 인간을 뜻하게 됐다. ‘풍상(風霜)이 섞어 친 날에/갓 퓌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시니/도리야 곶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조선 중기의 문신 송순(1493~1583)의 시조에서도 국화와 도리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러나 오늘 기억할 말은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다. 사마천의 ‘사기’ 이장군열전 태사공(太史公)편에 나온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지만 (꽃이 곱고 열매가 달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나무 밑에 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마천이 중국 전한시대의 장수 이광(李廣)을 칭찬한 표현이다. 인격을 갖춘 사람은 애를 쓰지 않아도 그 인격에 끌려 저절로 사람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이광은 눌변인 데다 정치에 밝지 못하고 조정에 줄도 없어 전공이 큰데도 제후로 승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옛말에 ‘그 몸이 올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행해지고,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참으로 이광 장군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마천의 칭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