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0명, 새마을 휘트니스 13호점 개점.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근에 2개의 피트니스 클럽, 1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불과 4년 반 만에 일궈낸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NNCompany에서 운영하는 새마을 휘트니스는 지난해 13호점을 돌파해 올해 20호점 개점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새마을 휘트니스를 4년 반 사이 10배 이상의 매출 성과를 이뤄내 피트니스계의 거물로 성장시킨 주인공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선수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외모였지만 순수한 눈빛과 바른 말투의 구진완 대표다. 근데 이 젊은이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고생 참 많이 했나 보다. 억만금을 줘도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단다. 10년 전 상상했던 모습이 지금 그대로 실현되어서 그렇다면 2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자신의 먼 훗날 모습도 꿈꾸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꽉 찬 그. 궁금해졌다. 알차게, 착실하게 그리고 패기 있게 20년 후를 스케치하고 있는 구진완을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팔짱 느긋하게 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야무진 꿈
“보라매에서 새마을 휘트니스 1호점과 2호점을 낼 때의 목표가 ‘우리나라 피트니스 업계 1위만 해보자’였습니다. 사실 그때 반신반의했었죠. 그런데 4년 반만에 그것을 이뤄내니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네요. 이전에는 한계를 두고 사업을 했지만, 이제는 한계를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20년 후 국내 30대 기업의 총수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누군가가 ‘꿈도 야무지다’라며 콧방귀를 뀔 수 있을 만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 대표. 아직 모두 그릴 수 없는 그림이지만, 차근차근 그 그림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남성 전문 헤어숍 ‘더 수컷(The SooCut)’, 온라인 셀렉트숍 ‘픽업(Pigupshop.com)’이 오픈한 것과 올해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플레이백’은 그 꿈의 첫 발걸음이다. 고작 이것으로 20년 뒤 30번째 줄 안에 설 수 있겠냐는 말에 돌아온 것은 당찬 포부였다. 자신을 소심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사실 ‘더 수컷’과 ‘픽업’은 새마을 휘트니스를 사랑해 준 고객들을 위한 보상 차원이죠. 저의 최종 목표는 따로 있습니다. 호텔과 리조트가 바로 그것이죠. 그래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독서에 몰두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의 호텔·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독서를 하면서 받은 영감들이 결국 경영철학이 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재탄생하더라고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60대. 몇 년 전까지 구진완 대표에게 그 영롱한 숫자는 상당히 거창한 것처럼 느껴졌다. 엄청난 재력가가 된다면, 인생이나 사업에 실패를 맛본 사람들을 위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받은 것들을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언제부턴가 그것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졌다고 한다. 진정 내 행복을 위한 길인 것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또 동생, 친구 같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들이 60대가 돼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구 대표가 상상하는 60대 노후 생활은 보다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다.아버지가 그려 준 시골 옛 집터 그림과 회사를 경영하며 함께 해온 이들은 그가 상상하는 노후를 구체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몇 년 전에 아버지가 그림을 하나 그려 주셨습니다. 지금은 터밖에 남지 않은 충청도 할머니 집 말입니다. 그곳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면서 말이죠.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제가 꼭 돌아가야만 할 곳 같았거든요. 거기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지만, 20년 후에는 서울 근교에서 생활하고 싶어요. 도시를 벗어나서 말입니다.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곳은 아니지만, 제 주위 사람들의 멘토는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를 크게 키워준 그들이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때 제가 이룩해 놓은 것들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걸림돌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걸림돌이 있을 텐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걸림돌은 무엇이 될 것 같습니까?”
그의 대답은 ‘꾸준한 성과’였다. 그 이유는 모두 동생과 친구로 여기는 직원을 향해 있다. 그가 상상한 20년 후의 ‘멘토’와 ‘30대 기업 총수’는 모두 그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생들이 저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너무 싫어하지도 않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구 대표에게서 사람에 대한 욕심이 느껴진다. 동생들이 덩실덩실 춤추면서 일해야 성과가 나기 때문에, 그들이 한바탕 춤 출수 있도록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성과’는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금전적인 것보다 구 대표가 펼쳐놓은 미래를 믿고 청춘을 불 싸지르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제가 상상한 60대에요? 20년 후에는 동생들(직원)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들을 설레게 해줘야 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으면 저를 믿고 따라올 수 있겠어요? 그만한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신이 나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죠.”
그동안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빌리러 다녔던 초창기 새마을 휘트니스 때와 비교하면 ‘보라매의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구 대표는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보라매의 기적’의 공을 동생들에게 돌린다.
“저 혼자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20년 후라고 달라질 것 있나요? 꾸준히 보여줘야죠. 저만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요. 노후 준비요? 지금 제가 잡고 있는 사람들이죠. 정말 제가 놓아서는 안 될 것들.”
◇현재는 과거의 보상
그는 27세 스쿼시 강사를 할 때부터 이를 악물고 성공을 갈망해 왔다. 새마을 휘트니스를 개업하기 전에 벌였던 두 가지 사업에서도 쓴 맛을 봤다. 몸으로 부딪혔던 그 당시 열정 하나만으로 삶을 감당하기엔 경험이라는 축적된 자산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탓이었다. 실패는 피가 되고 살이 됐다. 그러나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실패였다.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에 서 있는 구 대표가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
“저번에 TV를 보는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나에게 젊음을 준다면, 억만금이라도 지불하겠다고요. 전 그렇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쟁취해 낸 행복인데요. 전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내가 어렵게 얻은 사람들을 다시 놓치기 싫거든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요? 아마 내일은 더 행복할 것이고, 모레는 더 그러겠죠. 20년 후요? 어떨지 상상이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