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4대 개혁 중 핵심이 노동개혁이 제대로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삐걱대고 있다.
노사정 대표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간 머리를 맞댔지만 제대로 된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지난달 31일로 예정된 대타협 시한을 사흘째 넘기고 있다.
문제는 결론이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사간의 한치 양보 없는 기싸움으로 선언적 수준의 ‘보이기식’ 합의문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부터 결국 최대쟁점인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장기화 수순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까지 분분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회의 시한이 다가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이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험로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하며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 관련 ‘4인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오후 6시부터 새벽 12시반경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쟁점에서만 의견접근을 봤을 뿐 현재까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정위는 대타협 시한을 넘긴 4일째인 이날도 한국노총 일정을 고려해 오후에 4인 대표자 회의와 8인 연석회의를 가동해 논의를 계속 계획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전날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와 노사 이견이 큰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며 오늘 협상이 대타협을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라는 인식하에 최대한 의견절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회동에서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 사항 중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근로 확대 문제에 대해 추후에 협의를 하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서기로 했지만 내부 견해차로 다시 논의를 원상복귀시키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협의가 이번 주말을 넘어서면 ‘결렬 분위기’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빈손으로 협상을 끝내기엔 여론의 역풍이 두려운 노사정위가 보여주기식 협상을 계속하다가 선언적인 수준의 합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또 비정규직 대책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별도의 논의기구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가는 식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비정규직, 고용유연성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노사정 합의 없이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 '뜨거운 감자'인 최저임금 협상이 이르면 다음주 시작된다는 점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위의 전원위원회 1차 회의는 이르면 다음주 열릴 예정이다.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에 따라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2016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와 맞물려 노동계까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월급 기준 209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시급(5580원)의 1.8배 수준으로 79.2%를 인상해 달라는 요구다. 최저임금은 올해 7.1%가 올랐다.
정부가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한 임금 상승을 압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앞으로도 노동계와 경영계 간 줄다리기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