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경제 성장을 정체시킬 수 있으며, 이미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정책 역시 미국을 포함한 무역상대국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진 않았다. 재무부는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요 무역국이 환율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의 이번 보고서를 두고 강달러 현상을 다분히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통화완화정책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약 10년래 최고치로 급등한 것을 미 재무부가 우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는 이달 내에 ‘1달러=1유로’의 패러티(등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크로나화, 스위스 프랑화 등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현물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20%나 급등했다.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면서 미 달러화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여기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은 재무부 보고서 발표 하루 전날에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인상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인상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밖에 WSJ는 환율 보고서가 일본과 한국의 통화완화정책에 대해서도 완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을 주목했다. 미 재무부는 “일본이 적절한 예산지원과 추가정책집행 없이 통화정책만 과도하게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의 경제회복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으며, 또 다른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원화 가치를 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개입을 억제하고 원화 절상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함으로써 불균형이 개선되는 것을 돕고 비교역 부문으로 생산적 재원이 재할당되는 것을 독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WSJ는 “달러강세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출 측면에서는 (미국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