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대지진 이후 81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대지진으로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유네스코의 대표 유산이 무너지는 등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세계 최빈국 네팔이 순식간에 통곡의 땅으로 돌변했다.
◇사망자 2800명·부상자 6000명 넘어=지난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3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진 발생지인 카트만두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네팔 당국은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8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상자는 6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만 721명이 사망했고, 약 66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네팔과 중국(티베트) 국경에 위치한 에베레스트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셰르파(산악 등반 안내인) 등 2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발생 이틀째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네팔 당국은 사상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린드라 리잘 네팔 정보장관이 카트만두 지진에 따른 사망자수가 4500명이 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으며, 네팔 국방부 역시 사망자수가 5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FT는 “다수의 카트만두 거주자가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밤새 내린 비를 온몸으로 맞았다”고 전했다.
◇‘GDP 50%’ 관광산업 직격=세계적인 인기 관광국가인 네팔은 이번 지진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유엔개발계획은 네팔 국토의 약 40%를 지진 영향권으로 보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됐던 ‘다하라하 타워’가 붕괴되고, 에베레스트산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관광명소의 지진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27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유산과 에베레스트를 직접 보기 위해 네팔을 찾는 관광객은 한 해에 약 8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숙박 및 쇼핑으로만 네팔이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은 국내총생산(GDP·2014년 기준 196억 달러)의 3%에 달한다. 관광으로 파생되는 수입을 전부 합치면 GDP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관광산업은 네팔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인적·경제적 손실의 관계를 분석하는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네팔이 이번 참사로 감내해야 할 경제적 손실 규모를 최대 1000억 달러까지 내다보고 있다. USGS 측은 “경제적 손실이 네팔의 GDP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면서 “손실 규모가 10억∼100억 달러가 될 확률은 34%, 100억∼1000억 달러가 될 확률은 29%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진원지 인근의 재해상황을 살펴봤을 때 GDP의 20%를 초과해 복구비는 최소한 50억 달러는 필요하다”면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유산의 하나로 꼽히는 더르바르 광장에서도 사적이 손상됐다”면서 “카트만두 동부 박타푸르는 벽돌과 목조 사원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지원 속속 도착=네팔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한 인명ㆍ재산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의 지원이 네팔에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6일 100만 달러(약 10억 7920만원) 상당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우선 제공하기로 했다. 이어 네팔 정부에 위로전문을 보내며 해외 긴급구호대 파견 등 추가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역시 구호자금 100만 달러와 함께 지진발생 지역인 카트만두에 긴급 재난구호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60명 규모의 국제구조대를 현지에 급파했고 네팔 체류 중인 중국인 피난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국제구조대 70명을 네팔로 보냈으며 2500만 엔(약 2억2690만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자도 보낼 계획이다.
네팔의 인접국인 인도는 항공기 10편으로 재해대책팀과 의료팀 그리고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멕시코, 모나코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EU는 네팔 정부에 구호금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캐나다 정부는 5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EU 관계자는 “파괴된 건물은 어떻게 복귀하고 네팔 시민들을 도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