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물러나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정국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경련과 인두염을 앓고 있는 박 대통령은 28일 주재하려던 국무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건강 상태와 4.29재·보궐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수습책을 내놓는 시기는 이달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치권의 요구와 달리 이번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같은 파격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아직까지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과로 끝날 문제라면 얼마든지 사과할 수 있는 분”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사과하게 되면 리스트 당사자들의 혐의를 대통령이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것도 그의 비리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거짓 해명’ 등 여러 차례에 걸친 잘못된 처신으로 정부의 불신을 가져온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봐야 한다. 사표 수리 방식은 ‘의원면직 인사안에 대한 재가’ 형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검찰의 철저한 수사 요구를 언급한 박 대통령이 앞으로 대국민 사과 대신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사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직무에서 배제하는 정도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새 총리 발표’ 또한 안정적 인물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총리 발표한다고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4%가량이 소위 성완종 의혹을 사실로 믿고 있는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의 사과로 여론을 우선 달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