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경보다 김보경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4-30 06:57 수정 2015-04-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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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왼쪽)과 리디아 고. 미묘하지만 두 선수의 공통점이 많다. 보경이라는 같은 이름을 지녔고, 올해 한국과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두 선수의 나이 차이는 11년. 김보경은 올해로 투어 11년차다. 리디아 고와 김보경의 프로 통산 우승 수를 합해도 11이란 숫자가 나온다. (KLPGA, AP뉴시스)

요즘 골프계엔 보경이란 이름의 두 선수가 이슈다. 고보경과 김보경이다. 고보경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ㆍ캘러웨이골프)의 한국 이름이고, 김보경(29ㆍ요진건설)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베테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두 선두는 미국과 한국 여자프로골프투어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리디아 고는 올해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과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해 상금순위와 올해의 선수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김보경은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13위)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16위)에서도 선전, 이정민(23ㆍ비씨카드),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 허윤경(25ㆍSBI) 등 ‘빅3’에 주목했던 국내 여자골프 판도를 뒤집었다.

두 선수 사이의 미묘한 평행선은 골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1살이라는 두 사람의 나이 차가 그 평행선의 시작이다. 김보경은 지난 2004년 KLPGA 제니아 투어(2부)를 거쳐 2005년부터 정규투어에 뛰어들었다. 올해로 꼭 11년째다. 리디아 고의 LPGA투어 통산 7승과 김보경의 KLPGA투어 통산 4승을 더해도 11이란 숫자에 맞춰진다.

하지만 두 선수가 걸어온 길 위에선 평행선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리디아 고는 다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해 6살 때(2003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11살 때는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아마추어 신분이던 지난 2012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는 LPGA투어 최연소(15세 4개월 2일) 우승을 달성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지난해엔 최연소 신인왕, 올해 2월 1일에는 최연소(19세 9개월 7일)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김보경은 주니어 시절 이렇다 할 입상 경력이 없다. 물론 국가대표도 아니었다.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 김보경의 활약이 더 의미가 있다. (KLPGA)

반면 김보경은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도, 유망주란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아마추어 성적을 아무리 뒤져봐도 전국 대회 우승 기록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남들처럼 형편이 좋아서 레슨을 받거나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수도 없었다. 고단한 무명 생활은 프로 전향 뒤에도 계속됐다. 2005년 정규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주목하는 이도 스폰서도 없었다. 첫 우승까지 4년을 기다렸고, 2승을 올리기 위해 다시 5년 이란 세월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또 2년이 지난 올해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참으로 힘들게 버텨온 11년이다. 그는 단 1승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모질고 혹독했다. 200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후에는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우승해야 진정한 챔피언이라며 자신을 낮췄고, 2013년에는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도 3주 연속 우승을 해야 진짜 실력이라며 끊임없는 승부욕을 불태웠다.

사실 두 선수 사이의 평행선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그보다 쌍곡선이란 말이 어울렸다. 하지만 김보경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올 시즌 그의 눈부신 성적이 정직한 노력을 입증한다. 비록 리디아 고만큼 화려한 전적도, 많은 상금도 벌지 못했지만 그의 플레이엔 진한 감동이 배어나온다. 인생이란 필드 위에서 어떻게 18홀 라운드를 펼쳐야 할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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