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반도체 강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의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20%인 반면, 삼성전자는 3.7%를 차지했다. 퀄컴(8%), 텍사스 인스트루먼츠(4.9%) 등도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
밑으로부터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뒤쫓고 있다. 중국은 1200억 위안(약 21조원)에 이르는 펀드를 구성하며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계 펀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ISSI를 약 71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은 당장 메모리반도체 쪽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과 달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용 장비가 많아진 만큼, 시스템반도체 라인 구축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반도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만 업체들에 대한 투자 등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충분히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시리즈에 새로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등 자사 시스템반도체 적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대거 채용을 진행하며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메모리 인접 분야인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에 집중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CIS의 경우 800만 화소를 고객에 공급 중이며, 1300만 화소도 지난해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시장 규모도 메모리반도체보다 3배 이상 크다. 애플의 ‘아이폰5S’에는 AP칩, 통신용칩, DSP칩, CIS칩 등 시스템반도체가 18개 들어가는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3개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825억 달러다. 반면 비메모리 부문은 시스템반도체(2091억 달러)를 포함, 총 2720억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스템반도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