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서 촉각 곤두세우는 국내 기업…불확실성 우려
흑자 거듭하는 대미국 ICT 수출…타겟될 수도
새로 들어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안갯속 국내 ICT(정보통신)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국내 기업과 정부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방침이 향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밑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는 ICT 수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유섭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산업자원분석과 분석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와 대중국 견제, 감세와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면서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통한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육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미국 ICT 수출은 12개월 흑자를 거듭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주 발표한 10월 기준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대미국 수출은 23억 6000만 달러(약 3조 2941억 원)를 기록하며, 중국(82억 9000만 달러)과 베트남(34억 2000만 달러) 다음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대상 수출 실적은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서버·데이터센터 수요 중심으로 반도체, 컴퓨터·주변기기 등이 늘었다.
국내 ICT 기업과 과기정통부는 물밑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열린 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DAN) 24’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대 AI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자사가 연관된 광고, 커머스 등 국내 내수시장에 끼칠 영향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대외적이지는 않지만, 개별 부서들에서 업무 관련 상황은 계속 파악들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효율부(DOGE)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하는 등 전례 없던 파격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에 연방 정부 AI 정책을 주관하는 직책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6일(현지시간) 이를 보도하며 새로 신설되는 책임자를 'AI 차르'로 칭했다.
미국 AI 정책의 또 다른 방점은 안보 차원의 '대중국 대응'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차원만의 논의는 아니다. 초당적 기구인 미국 의회 자문 기구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9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AGI(범용 인공지능) 분야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AI 전담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27일 'AI주권과 글로벌 정합성' 토론회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반도체 패권 경쟁보다 지금의 AI패권 경쟁이 반도체 등 여러 문제와 결합되며 훨씬 심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한국과 같은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라에게 패권 경쟁 사이에서 누구 편에 설 거냐를 확실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가 원칙이긴 하지만, 안보가 연관되면 오히려 이중 잣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또 미국은 주마다 움직임이 다르고, AI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여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쉽게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통신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망사용료 논의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 위원은 막대한 이익을 내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수익에 걸맞은 인프라 비용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장관은 17일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가급적 빨리 날아가서 그쪽(트럼프 행정부)의 과기정통 책임자들과 만나고 해서 소통이 될 수 있게 한다면 훨씬 더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