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브라질에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푼다. 리커창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남미 4개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중국이 브라질에 최소 500억 달러(약 54조3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관련 투자협정을 체결할 전망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브라질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인프라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원자재 수요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브라질은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리커창 총리는 사흘간 브라질을 방문하고 나서 오는 26일까지 차례로 콜롬비아와 페루 칠레 등을 들른다. 이들 남미 4개국은 중국 대중남미 교역액의 5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도로와 교량 철도 등 남미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보여왔다고 FT는 전했다.
리 총리의 이번 방문에서는 브라질의 대서양 해안과 페루의 태평양 해안을 잇는 안데스 횡단 철도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철도가 완성되면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콩과 철광석 등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통제하는 전략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200년간 몬로 독트린을 통해 중남미 전역을 자신의 ‘뒷마당(backyard)’으로 여겨왔다.
일부 중국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맞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중남미에 앞으로 10년간 2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해 이런 점을 방증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중국의 중남미 직접투자 규모는 총 990억 달러였다. 중국과 브라질 교역액은 지난 2001~2013년에 13배 성장했으며 중국은 2009년 브라질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중국 경기둔화 영향으로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 간 교역액은 0.8%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중국 국영 건설업체들은 자국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는 인프라 투자가 절실한 중남미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이 중남미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220억 달러로 전년보다 70% 이상 급증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남미 순방을 시작하기에 앞서 중간 기착지인 아일랜드에 들러 엔다 케니 총리와 회담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