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외국인 투자자에 채권시장 문호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지금까지 32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 자국의 6조1000억 달러(약 6662조원) 규모 은행간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지난해 전체 승인한 34곳과 맞먹는 수치다. 이에 4월 기준 중국 은행간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152곳으로 늘어났다.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고 WSJ는 덧붙였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은 7130억 위안에 달하는 중국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말에 비해 78%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본토 주식 금액 6010억 위안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런 개방 움직임은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낮은 위험도의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그만큼 위안화가 많이 쓰이기 때문.
아울러 채권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업과 지방정부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경기둔화로 압박받는 중국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바쉬 필라이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대표는 “더 많은 종류의 투자자가 서로 다른 동기로 시장에 들어와 서로 다른 기간 채권을 보유하게 되면 그 시장의 유동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들어오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움직임에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채권시장은 최근 수주간의 글로벌 투매세에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5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3.117%로, 약 1개월간 0.3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채권 금리가 급등했던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중국은 은행간 채권시장과 상장지수채권시장, 장외소매채권시장 등 세 종류의 채권시장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1994년 설립한 은행간 채권시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국채와 지방채, 정책은행 채권과 기업 단기 회사채 등이다. 당초 은행만 대상이었으나 이후 다양한 투자자를 포용하게 됐다.
상장지수채권시장은 은행간 채권시장보다 다루는 채권 종류가 한정돼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채를 살 수 있는 장외소매채권시장은 3개 채권시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