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동안 꺼뒀던 금리 인하 깜빡이를 다시 켜 주목된다.
이 총재는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지난달 전망한 성장경로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새로 입수되는 경제지표들이 성장 전망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또 그것들이 성장, 물가, 가계부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판단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수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수출은 4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5월 들어서는 20일까지 보니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높아 수출 부진이 전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번 발언을 통해 다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총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때 매파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당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자산시장 회복, 심리 개선 등을 중점 거론하며 전달에 비해 경기를 한층 밝게 진단했다. 여기에 금리 동결 및 인상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더 커진 우려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기존 경제전망을 유지하던 입장에서 성장경로상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경기진단을 한층 후퇴시켰다. 또 통상 가볍게 이뤄지는 간담회 자리에서 경기진단에 대한 변화를 언급함에 따라 금리 인하가 시급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그는 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최근 연내 금리 인상 발언에 대해 유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해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움직임, 자금 흐름 등을 저희들이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곧바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과거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은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회의 참석차 방문한 해외 출장길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정책금리 정상화는 한편으론 한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신속하게 내려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밖에 정부와 한은이 작년 8, 10월, 올 3월에 보여준 정책공조 기조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참고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KDI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구조개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세수가 예상대로 걷히고,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추가 인하되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