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1998년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 시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보다 강제력이 큰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보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이 강제성을 띤다.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박 대통령 등 33명이 공동발의했던 개정안은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당시 박 대통령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가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강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정이 마비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면서 위헌 소지가 높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의원일 때는 모르고 대통령이 되고 보니 뒤늦게 깨달은 게 있는 것인지 분명히 해명하고 유감이라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발의가 아니라 서명이었다”며 “1998년 국회에 들어갔다. 그런 걸 감안하면 자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상수(의원)가 사인해달라니 안 해 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의 해명에 야당에선 즉각 “궁색한 변명”이라며 “청와대가 대통령을 창피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공동발의하는 법안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서명을 해줬다는 말인데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묻지마’ 서명이나 하는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얼굴로 내밀고 있다는 말인가”라며 “대한민국 대통령 수준이 그렇게 낮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청와대가 대통령 수준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17년이란 세월 동안 생각이 숙성돼서 180도로 달라졌다고 봐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건망증인가”라며 “단순히 생각이 바뀌었으면 바뀐 이유를 듣고 싶다.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