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는 근로자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선다. 메르스 격리자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거나 중동 해외출장 등으로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인 등 근로자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메르스 격리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출근을 못해 생계와 관련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취업규칙에 따라 병가나 유급휴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때문에 보건당국에서 격리조치를 받은 사람은 이날 오후 현재 총 2508명으로 하루 전보다 147명 늘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지난 5일 각 지방관서에 근로자 건강과 안전 확보를 위한 메르스 예방 및 피해방지 관련 대응 지침을 내려보내고 사업장에 대한 위생보건 지도와 관리를 주문했다. 또 병가를 낸 근로자에게 불이익 주지 말라는 안내도 병행하기로 했다.
메르스로 인해 실업급여자나 직업훈련생이 격리되는 경우에도 격리된 기간을 감안해 준다는 방침이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경우 2주에 한번씩 구직활동을 입증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직업훈련생운 일정 기간 이상 결석할 경우 수료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메르스로 격리된 기간을 인정해줌으로써 실업급여를 받거나 직업훈련을 수료하는 데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동 출장이나 치료 등 업무로 인한 메르스 감염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해당 여부도 케이스별로 따져 인정해 주기로 했다. 우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나 환자 등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무상으로 질병을 얻었다는 인과관계만 입증할 수 있으면 근로자가 직접 산재보험을 신청해 보험금이나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메르스로 인한 휴업 등으로 학교나 유치원·어린이 집에 가지 못할 경우 자유롭게 무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기업에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근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업무상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가 아니거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하지 않고 감염 의심자로 격리된 경우에는 질병으로 인한 휴가가 아니어서 무급휴가 처리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질병휴가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회사 취업규칙에 ‘전염병에 걸린 경우’를 병가나 휴직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메르스 감염 의심자로 격리조치 된다고 하더라고 기업에서는 근로자에게 휴업 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고용부는 기업들이 유급휴가 지침을 최대한 따를 수 있도록 지방관서에 공문을 통해 협조를 당부하고 현장을 방문해 지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말 그대로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대기업 근로자는 임금단체협상 등에 따라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유급휴가 규정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메르스가 사업장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메르스 격리자가 모두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