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가가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우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스탁론’ 운영사들과 이용자들이다. 미수거래나 신용거래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자금을 빌려주면서 고금리 이자를 받는 스탁론은 9조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가격제한폭 확대로 위험 관리는 물론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탁론 업체들은 상·하한가 확대에 따라 최저 담보비율을 종전 115%에서 120%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1000만원 대출을 받은 스탁론 이용자는 1150만원의 계좌 잔고를 유지하면 되던 것이 1200만원을 유지해야만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정이 위험관리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120% 담보비율을 유지한다고 해도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거래 없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칠 경우 스탁론 업체들은 원금 회수도 못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 가능 종목을 좀 더 보수적으로 한정 짓고 리스크(위험) 관리를 위해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동 사채시장도 울상을 짓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동안 사채시장에서는 1000만원을 가지고 가면 2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 사채업자들은 스탁론과 달리 매매 종목의 제한도 없고 계좌에서 한 종목만 모두 매수해도 되는 등의 이점을 무기로 말 그대로 사채이자를 받아왔다.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제 명동 사채시장에선 1000만원을 가지고 가면 1000만원 정도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종목제한도 없고 투자비율 제한도 없어 자칫 종전대로 원금의 두 배 이상을 빌려줄 경우 하한가 하루 이틀이면 대출 원금까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탁론보다 작게는 몇 배에서 몇 십배의 이자를 내면서 대출금액도 작은 사채시장을 과연 누가 이용하겠냐며 주식담보대출 사채업은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상장사 인수 자금을 대주던 사채업자 역시 상·하한가 확대에 자금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신규 대출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보다 기존에 대출로 풀려 있는 기업인수자금과 주식담보대출 회수가 걱정이라며 회수를 독촉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투기성 거래방식인 ‘상따(상한가 따라잡기)’ 매매 방식으로 투자를 해 오던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상·하한가 확대에 따라 반대매매 출회에 따른 일시적인 급락을 이용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명 ‘낙타매매’로 낙타 등과 같은 형태의 거래가 이뤄질 때를 노린다는 것이다.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 투자자들은 하루 최대 86%의 수익을 거둘 수도 있고 46%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란 위험이자 기회이기에 이에 적응하려는 시장 주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시장 효율성 확대와 거래 활성화, 시장 건전성 등을 이유로 상·하한가 확대에 나선 금융당국의 이번 정책으로 인한 단기적인 충격파가 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