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근로자가 회사를 옮길 때 영입회사가 지급하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전속계약금)'는 이직 자체에 대한 대가이므로, 이후 근로계약 위반을 이유로 회사가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삼지전자가 근로자 장모 씨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금 등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삼지전자는 2009년 1월 충·방전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삼성SDI에서 4년 3개월 동안 연료전지 분야 경력을 쌓은 장씨를 영입했다. 삼지전자는 장씨와 연봉 7070만원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1억원을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다. 삼지전자는 7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장씨도 같은 기간 근무를 하기로 협의했다.
문제는 장씨가 이듬해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퇴직하면서 생겼다. 삼지전자는 장씨를 상대로 1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장씨가 약속한 근무기간을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장씨는 "7년간 의무근무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상 무효이고, 유효라 하더라도 사이닝보너스는 계약체결 자체에 대한 대가여서 계약 위반과는 관계없는 금액"이라며 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삼지전자가 낸 소송에 대해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장씨가 체결한 근로계약상 근무기간 규정을 위반해 퇴사하면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한다는 규정이 없고, 약정 근무기간이 7년인 장기간인 것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장씨가 받은 사이닝보너스 중 7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7년 근무 규정은 장씨가 근무를 보장한 기간임과 동시에 회사도 고용을 보장한 기간으로 볼 수 있어 이 계약이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또 "장씨가 약정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 하에 삼지전자가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70%는 돌려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씨가 받은 사이닝보너스는 이직에 따라 일회성으로 지급한 위로금 또는 입사계약 체결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친다"며 "약정근무기간 동안 장씨가 근무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삼지전자에 이직해 입사한 이상, 사이닝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는 이행된 것이므로 1년 2개월여만 근무하고 사직한 것이 약정위반이라고 해도 사이닝보너스를 장씨가 배상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