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관계가 가뭄 맞은 논바닥처럼 갈라져버렸다.
두 사람은 10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와 비례대표 초선 출신 대표비서실장으로 시작해 2007년 대선까지도 끈끈한 연을 이어왔고, 유 의원은 대표적인 ‘원조친박’ ‘박근혜맨’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당 경선 패배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부터는 유 의원의 박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이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다. 올 2월 이후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로서 복지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여부 등에서 건건마다 의견을 달리해 갈등이 고조됐다.
2005년 박 대통령의 유 의원 발탁부터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빚어낸 이번 국회법 거부권 사태까지 두 사람의 ‘말말말’을 정리했다.
△ “박근혜 대표를 잘 보필해 당이 화합해 국민이 바라는 변화를 꼭 이루도록 노력하겠다”(유승민 의원, 2005년 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된 후)
△ “박 대표가 재석표시를 하고 찬성표를 던지려는 순간 투표가 종료돼 결과적으로 기권이 됐다. 특별법에 대한 박 대표의 찬성 의지는 확고했다.”(유 의원,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당시 기권 논란에 싸였던 박근혜 대표를 엄호하며)
△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정말 투철하고, 원칙과 소신도 있는 분이다. 특히 민생경제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이 남다르다” “단점이 별로 없으신 분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민주적으로 하다보니까 비서실장으로 모시면서 저렇게까지 민주적으로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그런 순간도 있었다.”(유 의원,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이던 2005년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
△ “새누리당이란 이름엔 전혀 가치와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다.”(유 의원, 2012년 2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당명 개정을 추진하자)
△ “한계랄까, 그런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유 의원, 2012년 7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통 논란에)
△ “5ㆍ16이 쿠데타라는 것은 상식이고 유신이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에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다. 본인(박근혜 비대위원장) 생각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리해야 한다.”(유 의원, 18대 대선 전인 2012년 9월 대구 지역 언론인 토론회에서)
▲ “선대위 의장단과 부위원장단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지만 아니다.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유 의원은 전략기획통이고 메시지 개발과 토론회에 능하니 도와달라.” (박 대통령, 2012년 9월 대선 후보로서 주재한 당 ‘추석 민생 및 선거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아이 의미의 방언)들이 하는 겁니까.”(유 의원, 2014년 7월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방문 기간 발언자료로 사전에 배포됐다 취소된 ‘중국 경도론’ 내용을 비판하며)
△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정책과 인사, 소통 모두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퇴임하더라도 인간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유 의원, 올 1월 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앞두고 라디오 인터뷰에서)
△ “대통령께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유 의원, 2월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 “청와대와 당, 대통령과 당 사이의 불통 문제를 꼭 해결해 찰떡 공조를 이루겠다.”(유 의원, 2월 당 원내대표 당선 인사에서)
▲ “경제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면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박 대통령, 2월 증세론에 불지핀 유 의원 등 정치권을 향해)
△ “134.5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유 의원, 올 4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 정치를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된다. (…)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박 대통령,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며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 (유 의원, 26일 박 대통령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