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성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드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에 대해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 내용에 대한 공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오는 17일 열릴 주주총회 이후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10일 양사 합병을 찬성 또는 반대할지에 대해 입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때와 달리 학자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다만 사안이 워낙 민감한데다 결정 내용에 따른 파급력도 커 주주총회 때까지 찬반 여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재하고 기금운용본부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전략실·운용지원실·주식운용실 실장 등 내부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7시무렵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의 미래 노후를 책임질 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합병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 삼성물산 주식 1813만1071주(11.61%)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는 각각 1조1800억원, 1조14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번 결정은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물산의 대립 구도가 펼쳐진 가운데 국민 경제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