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일의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과감하게 인수 제안을 한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오 웨이궈 회장(48)의 성공 신화가 주목받고 있다.
자오 회장은 그가 이끄는 칭화유니그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을 주당 21달러, 총 230억 달러(약 26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자오 회장은 몽골의 키르기스스탄 국경에 있는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태어났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돼지치기와 양치기로 생계를 유지했었다.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건 교육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학업에 매진해 오늘에 이른 과거를 돌아봤다. 중국의 시골에서 목동으로 전전할 뻔한 청년이 중국에서 손꼽히는 재벌이 된 배경은 교육이었던 셈이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에 입학한 그는 재학 중에도 TV 수리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하는데 열심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베이징의 중관춘 지역에서 일했다. 이곳은 레노보와 바이두 등이 밀집한 IT 산업의 요람이다.
칭화유니그룹과는 2010년에 회사가 민영화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자오는 칭화대에 이은 2대 주주에 등극, 회사를 이끌게 됐다.
상하이에 있는 컨설팅업체 iC와이즈의 구 웬준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오 웨이궈는 그만의 독특한 투자방법이 있다”며 “그는 목표로 하는 회사가 나타나면 오랫동안 고민한다. 그런 다음 재빨리 실행에 옮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마이크론에 대한 인수 제안이다.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의 주가가 올초 35달러에서 최근 17달러대로 반토막이 나자 신속하게 인수안을 마이크론 경영진에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칭화유니그룹이 제시한 21달러라는 인수가는 지난 13일 마이크론의 종가 17.61달러를 19.3% 웃도는 수준이지만 회사의 가치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평가다.
물론 그의 대담한 제안은 미국 규제당국의 높은 벽과 터무니없이 낮은 제안가 때문에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면 미국의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CFIUS는 미국 정부의 12개 이상 부처의 대표로 이뤄진 패널 집단이다. CFIUS는 외국인에 의한 미국 기업 인수 혹은 투자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거래는 가차없이 반려된다. 과거에는 CFIUS의 판단이 부정적으로 내려질 것으로 판단하고 인수를 아예 포기한 기업도 있다.
칭화대의 투자부문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년간 총 40억 달러 이상의 인수 합병(M&A)을 성사시켰다. 그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2곳을 인수한 데 이어 미국 휴렛팩커드(HP), 인텔과의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반도체 등에도 발을 내딛는 등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자오 회장은 영리하게도 IT 분야에 강한 모교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반도체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크론은 168억달러 매출로 인텔, 삼성, 퀄컴에 이어 세계 4위의 반도체 기업이다. 칭화유니그룹의 매출은 15억 달러로 마이크론 매출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기업가다. 나의 주요 임무는 우리 회사의 사업을 잘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정권은 해외 기술 의존도를 벗을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자오 회장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의 노선과는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