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나올 전기차 배터리에 우리나라 LG화학 제품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르노와 닛산의 미묘한 균형 하에 유지되고 있는 파트너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배터리 공급은 이미 르노와 닛산의 파트너십을 뒤흔들어왔다. 닛산은 일본 NEC와의 합작사인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로부터 자사 전기차 리프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AESC 공급이 줄어들면 르노와의 16년간의 연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일본 측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리프 판매 실적은 매우 실망스럽고 닛산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곤 회장은 전기차가 여전히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최고의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사업부를 경쟁에 뛰어들게 할 수 있다”며 “현재 최고의 배터리 제조업체는 LG화학”이라고 강조했다.
르노는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등과 더불어 LG화학 배터리를 쓰고 있으며 배터리 개발을 위해 LG화학과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르노·닛산은 지난달 지금까지 전기차 판매가 25만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까지 15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곤 회장의 목표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곤은 “르노·닛산이 충전소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인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리프는 현재 한 번 충전으로 135km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차세대 전기차 주행거리는 이보다 더 길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곤 회장은 “수년 후 나올 차기 전기차 배터리를 누가 공급하느냐는 제품 성능에 달려 있다”며 “어떤 업체도 공급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LG화학 대변인도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럭스리서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테슬라 등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닛산과 NEC의 파트너십이 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연계해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럭스는 테슬라가 오는 2025년에 배터리 가격을 현재보다 3분의 1 이상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노는 현재 닛산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의 르노 지분율은 15%다. 이는 의결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정부와 같은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월 곤 회장의 반대에도 의결권을 28%로 종전보다 2배 높였다.
닛산은 르노보다 규모가 크고 수익성도 좋다. 지난해 닛산 자동차 판매는 530만대로, 르노의 270만대를 크게 웃돌았다.
곤 회장은 “닛산이 르노 지분 보유규모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갈등을 의식한 듯 “닛산의 차기 CEO로 일본인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본에는 재능 있는 인재가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