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푸조시트로엥과 아우디 르노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물론 캐터필러와 지멘스 등 산업재 기업들이 중국발 쇼크에 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증시 혼란이 글로벌 기업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긴 셈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중국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르노와 아우디 모두 이날 중국의 성장 둔화를 판매 전망 하향 조정 이유로 들었다. 푸조는 올해 중국시장 판매 증가율 전망을 종전의 7%에서 3%로 대폭 낮췄다. 포드도 올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엔지니어링 대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아시아에서 특히 중국시장이 확실하게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부동산투자와 신규 건축착공, 분양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29%, 매출은 13% 각각 감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 건설활동의 위축을 들었다.
세계 주요 전기장비업체 중 하나인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 상반기 순이익이 12% 감소했다. 회사는 중국 산업재 시장의 부진을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다. 장-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일렉트릭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더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멘스는 이날 지난 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보다 8% 줄었으며 신규 주문액도 2%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재 기업들도 압박을 느끼고 있다. 양조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는 “지난 분기 중국 판매가 6.5% 감소했다”며 “안 좋은 날씨와 더불어 경제둔화 역풍을 맞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루도비치 수브란 율러에르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기업들은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중국의 기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를 유지했으나 시장은 이에 의구심을 느끼고 있다. 차이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7월 예비치는 48.2로 15개월래 최저치를 찍었다.
불안에 불을 더욱 지피는 것은 중국증시의 혼란이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7일 8.5% 급락해 8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으며 이번 주 내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시 주석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어 올해 경제정책 운영에 대해 “시스템적인 위험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것을 고도로 중시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실물경제로 퍼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시사한 것이다. 재정과 금융정책을 통해 경기를 뒷받침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다는 방침도 거듭 강조했다.